불과 하루 전에 여름의 끝자락인가? 했던 생각을 부정하는 오늘 낮의 열기는 아직 여름이 한창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아빠는 추위 알레르기가 있어서 (정말로 두드러기가 난다) 일어나면 항상 선풍기를 끄곤 하는데, 기상 시간이 더 느린 내 입장에서는 더위에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깨곤 한다. 그래도 왠지 각 계절엔 그 계절의 온기든 한기든 느껴보고 싶어서 여름은 원래 그런 것이지, 하며 넘어간다. 여름에 춥고 겨울에 따뜻한 게 당연해진 사실이 더 요상한 것 같다. 아무튼, 카페든 회사든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하면 좋겠다. 알다시피 요즈음 지구가 병들어간다는 사실을 온 몸 구석구석 세포 하나하나로 느끼고 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는 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귀가 따갑도록 우는 매미 소리를 들으면 한여름이라고 정의하곤 했다. 시간이 워낙 빠르게 가니, 매미가 울 때 정신을 차려보면 비로소 한 해의 한 분기가 지났구나 알아차린다는 표현이 알맞다. 매미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7년까지 애벌레 상태로 지내다가 2-3주의 탈피 과정을 거쳐 고작해봤자 한 달 남짓 목이 터져라 짝을 찾다가 죽어 버린다. 가엾나 아니면 아름답나.
희한하게도, 미국에선 한 번도 매미가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올해가 221년 만에 매미 두 종이 동시에 땅속에서 대량으로 나오는 미국의 '매미 대침공' 시기란 것을 고려하면 정말 웃긴 일이지만 말이다.
요즘 읽고 있는 마쓰이에 마사시 작가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책이 있다. 여름! 나는 여름이 정말 좋아서 여름과 관련된 책이든, 영화든, 과일이든, 스포츠든 다 경험해 보고 싶다. 여름은 낮이 길지만 해가 따갑고 더워서 그 낮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여름엔 주로 밤에 밖에서 활동하고 오히려 낮엔 뜨거운 햇살을 피해 콘크리트 건물 속으로 숨어 지낸다. 겨울엔 반대로 해가 떠 있는 낮이 덜 춥기 때문에 오후 시간을 적극 활용해 바깥 활동을 하게 된다. 나에게 여름은 통통 튀고 에너지 있는 계절이고 겨울은 차분하고 정이 가는 계절이다. 겨울은 항상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단계에 오기 때문에 왜인지 모르게 후련하면서도 항상 아쉬움이 남는 느낌이다. 음음, 모든 것은 한 해의 겨울처럼 끝이 있다. 관계도, 영화도, 일도, 삶도 모두 다 끝이 있기 때문에 현재가 더 재미있고 아름답다. 지금 이 여름은 즐기는 방법은 그것이다. 이렇게나 따가운 햇살도 가을이 되면 그리울 거라고 생각해. 여름밤에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먹는 수박도 그리울거야. 땀을 뻘뻘 흘리며 더워, 더워 하다가 찬 물을 마셨을 때의 개운함도 모두 다 그리울거야. 아무리 힘들었던 일도 끝은 있고 아무리 즐거웠던 일도 끝은 있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무던해지다가도, 그냥 현재를 즐기기로 한다. 현재에 푹 빠져 즐기고 즐거웠던 일들의 잔상으로 나머지를 또 살아가려 한다.